색만으로도 작품을 떠 올 릴 수 있을까?
작품에 사용한 색을 정확히 기억한다거나 색으로만 작품을 단번에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주인공만큼이나 색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때로는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 및 설정 배경, 작가의 의도를 알게 되면 작품에 더 빠져들게 된다. 작품에 대한 느낌이나 캐릭터의 성격이 잘 해석되면서 작품의 이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꼭 작가나 감독이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작품에 사용된 색을 보면 캐릭터의 성격이나 또 그 캐릭터를 보면 전달되는 느낌을 읽을 수 있다.
위에 4가지 색은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추출한 색이다. 아주 어렸을 적에 본 기억이 있는 알라딘을 검색해보니 무려 1992년에 제작되었다. 그래서 몇 달 전 알라딘을 다시 보려고 했을 때 1993년에 제작되었고,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 지루하고 뻔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진부했던 건 나였다. 스토리는 물론 그 스토리를 함께 이끌어가는 색을 보면 알라딘에 점점 더 깊게 빠져든다!
1. 분위기를 이끄는 배경의 색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성의 색과 하늘의 색
2. 주인공의 색
배경색이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변하며 분위기를 이끈다면, 주인공의 색은 캐릭터 그 자체를 이야기해준다. 같은 장면에 등장해도 비슷한 옷을 입어도 각 인물에 따라 옷의 색은 조금씩 다르다.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는 일이 흔하지 않지만, 알라딘에서는 자파와 알라딘의 신분이 바뀌면서 옷의 색이 함께 변한다. 똑같이 왕의 옷을 입어도 캐릭터마다 색을 조금씩 바꿔서 각자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이다. 오늘은 자파와 알라딘만 다뤄보고자 한다. 기회가 된다면 알라딘과 자파의 신분 변화에 따른 옷 색의 변화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인공 알라딘
알라딘은 보라색 조끼와 자주 계열의 모자를 입고 있다. 피부색은 주황색이다. 옷과 피부 대부분 진하고 기본에 가까운 색으로 선명도는 높은 편이며, 밝기는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이러한 색상, 명도, 채도는 형용사 이미지 배색에서 '경쾌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색에서 '경쾌한'은 자유로운, 활동적인, 건강한 느낌을 준다. 애니메이션에서 알라딘은 실제로 말썽꾸러기이다. 물건을 훔치러 다니고, 요리조리 뛰고, 넘고, 오르고, 뛰어내리고. 알라딘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알라딘이 입고 있는 경쾌한 이미지의 색은 사고뭉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자유로운 알라딘의 성격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자파
등장만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마음 졸이게 만드는 자파. 알라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탐욕스럽고 강한 전형적인 악당이다. 매서운 눈과 교활한 행동이 악당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입은 옷에 쓰인 색도 사악함을 더해주느라 열 일하고 있다. 자파의 옷에는 빨강, 주황, 검정을 찾아볼 수 있다. 색상별로 명도차가 조금 있으며 각 색상의 채도는 중간 정도이다. 이 색상을 형용사 이미지 스케일에서 찾으라면 '다이내믹한'에 해당된다. 이 배색은 경쾌 한과 유사해 보이지만 색조에 영향을 받는 '경쾌한 이미지 배색'과 달리 색상의 차이가 크고 면적 대비가 중요하다. 강력하고, 거칠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특징인데 왕좌를 뺏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자파의 성격을 보여주는 배색이다.
색을 배우며 세상을 '색'이라는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재미있었다. 여전히 공부하고 알면 알 수록 색은 우리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보는 색의 영향을 크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도 재밌고 놀랍다. 앞으로도 색으로 애니메이션, 책, 영화 등 많은 것을 풀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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